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본문 하위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스윌 사랑방

산책로

PROMENADE

생각모음 : 공연 도중의 휴대폰 벨소리

관리자   /   2022-01-26

관리자   /   2022-01-26

공연 도중의 휴대폰 벨소리



얼마 전, TV에서 방송한 한 가지 일화가 생각이 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많은 수의 청중이 듣는 연주회에서 그의 연주를 끝낼 즈음에 객석에서 어떤 멜로디를 주제로 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연주자는 자신의 연주를 멈추고 그곳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의 바이올린으로 장난스럽게 휴대폰의 멜로디를 흉내 내어 연주한 다음 객석을 향하여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고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 상황을 동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객석에서 터진 휴대폰 벨소리에 대노를 하여 자신의 지휘대에서 내려와 무대 뒤로 퇴장을 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 출신의 클래식 기타의 거장인 <안드레스 세고비아>는 객석에서 나오는 그 어떤 소리도 용납하지 않았고 자신의 카리스마로 청중을 눌러 거의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간 다음 연주를 시작하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인데, 일본의 저명한 기타리스트인 <카주히토 야마시타>는 자신이 연주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객석에서 들리는 아주 잔기침 소리에도 지나치리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리가 나온 자리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일이 허다했다.

 

사실 연주자가 최대의 예술적 영감을 가지고 연주를 하려는 찰나에 자신의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그 어떠한 사소한 행위라도 연주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기침을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티켓을 비싸게 사 놓았다고 할지라도 입장을 삼가는 편이 좋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산만한 몸놀림과 어리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특정 연령 이하의 어린아이들의 공연장 입장을 많은 공연에서 금지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클래식 공연장의 연주자와 청중은 정중한 예로써 만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므로 청중 역시 적절한 복장을 갖추어 입고 연주장에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그것은 사회적 규범도 아니고 법으로 제제할 사항은 아니지만 클래식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래 존재해 온 예의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악장 중간에 박수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하지 말자는 문서 없는 약속이 된 것이다.

 

90년 대 중반만 하더라도 휴대폰 사용자가 많지 않았으므로 공연장에서 느닷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자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공연장에서 휴대폰 벨소리에 신경 쓸 일도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걸거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전원을 꺼 버리는 것이 예의였다. 병원에서도 입을 벌리고 진료를 받는 환자가 갑자기 "선생님 잠깐만요"라고 하며 휴대폰을 받는 일이나, 상담 중에 자기에게 걸려 온 전화를 의사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덥석 받으면 아주 예의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정말, 정말로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대화 도중에 전화를 받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의사와의 대화를 허락도 없이 녹음을 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보인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므로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에 다다랐는지도 모른다.

 

휴대폰 보급의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공연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공연 시작 전에 안내 방송을 통해서 휴대폰의 전원을 꺼 줄 것을 당부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모두가 안내 방송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안내 방송을 하는 중에도 옆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 방송을 놓치는 일이 있다. 요즈음 공연장의 휴대폰 벨소리는 예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많은 휴대폰이 공연장 속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공연장 속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은 아니다.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사고가 증가하듯이, 아무리 공연장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시킨다고 하더라도 실수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닌 것 같다.

 

첫 번째 예를 든 연주자는 대단히 여유로운 자세로 일을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엄청나게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 연주자는 유모어로써 일을 원만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 번째 연주자는 대처 방법이 아주 다른 것 같다. 나에게 예의 없이 대했으므로 너도 예의로써 대우 받을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예를 든 세고비아는 감히 내 앞에서라는 식으로 거의 절대적 위치에서 군림을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본 야마시타는 자기의 연주를 감상하러 온 관객들 중의 하나가 잔기침을 한다고 해서, 내가 판단하기에, 그 관객을 으로 간주했고, 일본도 대신 기타만 들었지 당장이라도 객석으로 달려가 요절을 낼 분위기의 눈초리를 보냈다.

 

요즈음 클래식 공연의 인기가 별로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음반 판매량도 그렇거니와 공연에 순수하게 자기 돈을 내고 가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너무 살기 힘든 세상에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하고, 당장 사람들의 답답한 속을 확 뚫어 줄 아이돌들의 공연과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팝음악들이 세상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클래식 공연이 오랜 전통과 격식을 가지고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정갈하고 정제된 음악을 들려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그 음악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 위에서 군림하는 자세가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 본다. 격식을 차리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며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예로부터 하층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자유롭게 살았던 것인데 그들은 양반들이 차리는 격식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조선시대에는 거의 모든 인간사에서에서 격식을 차리느냐 아니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요즈음에 느끼는 공연 문화의 변화 중의 하나는 클래식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나 딱딱한 격식 없이 공연을 보며 감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대중예술에서 추구하는 자유로움을 클래식 공연에 강하게 요구하는 일부 사람들이 전통 클래식이 가지는 격식에 대해 편안하게 느끼지 못하며 변화를 필요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으나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대로 법도를 지키며 살아 온 어느 집안에 놀러 온 아들 친구가 그 집안의 어른에게 큰 절을 하지 않고 고개만 까딱한다면 그 집안에서 보는 눈은 그리 곱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들 친구에게 큰 절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차후에 아들 친구가 그 집을 다시 찾아가서 환영을 받고자 한다면 아들 친구는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서 최소한 그 집안에 걸 맞는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다시 그 집을 찾지 말고, 그 집에서도 아들 친구를 받아들이지 않든가 하면 된다. 비록 강제성을 가진 사회 규범은 아니지만, 클래식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요구 받고 그것을 지키지 못하겠다면 그 공연장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싫다면 힙합 복장이나 캡을 쓰고 앉아도 되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공연장을 찾든가 아니면 자신이 스스로 좋아하는 연주회를 만들든가 하면 된다.

 

연주자들이나 지휘자들에게도 요청할 것이 있다. 관객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귀한 돈을 주고 어렵게 표를 예매해서 찾은 공연장인데 어쩌다가 자신의 실수로 벨소리가 울렸다고 해서 마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벌레라도 본 듯한 눈빛으로 쏘아 보며 연미복의 꽁무니를 흔들며 무대에서 퇴장하는 막 되어먹은 행동 역시 관객으로서는 보고 싶지 않은 추한 모습이다. 휴대폰 벨소리와 전혀 관계없는 나머지 관객들에 대한 모독은 어떻게 해명할 작정인가? 휴대폰 실수를 옹호할 마음은 없지만 어차피 저질러진 실수에 대해서 클래식 연주자나 지휘자들이 조금만 관대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혹시 휴대폰이 울렸을 때에 자신도 너무 놀라고 부끄러워서 휴대폰을 허둥지둥 찾으려 하지만 컴컴한 실내에서 찾기도 쉽지 않고 더구나 늙은 사람이라면 젊은이와는 달리 순발력이 떨어져서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벨소리를 금방 끄지 못하여 더욱 난감하게 된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정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연주자의 입장에서도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으로써 반드시 야단만 치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가슴으로 교감을 나누는 음악 공연장이라면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공연장은 모두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모인 자리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