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본문 하위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스윌 사랑방

산책로

PROMENADE

생각모음 :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지요?

관리자   /   2021-09-07

관리자   /   2021-09-07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지요?”

 

 

출퇴근하며 차 속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은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출퇴근 거리가 정상적 상황에서는 절대로 10분을 넘지 않지만 이해하지 못할 교통체증에 걸리면 삼십 분도 더 걸리기도 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보니 항상 듣던 방송을 듣게 되는데 얼마 전부터 신경을 거슬리는 공익광고 같은 방송 하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지요?"라고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인데, 그 중 한 학생이 대답하기를,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됩니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 방송의 요점은, 누구나 생각하듯이 하지 말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듣고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발한 대답이라고 하겠지만 나의 머릿속은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걱정과 불쾌함으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무슨 창의적 사고라는 말인가? 그 질문이 던져진 이유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 무조건 창의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무슨 공부시간에 그런 질문을 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자연탐구를 공부하는 시간에 던진 질문일까, 아니면 국어 글짓기 시간에 한 질문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이 자연탐구생활 시간에 나온 것인데 그 학생이 '봄이 된다'고 대답했다면 그 학생은 두 가지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학생일 확률이 큽니다. 첫 째, 그 학생에게는, 선생님의 질문이 나온 상황을 판단할 인지능력이 없어서 자연탐구생활과 글짓기 시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 학생이 국어 문법에 대하여 아주 무지한 아이라는 것입니다. 문장 구성을 살펴보자면,

 

 '얼음이 녹으면 (그 얼음은) 뭐가 되지요?'에서 주어(主語)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얼음이 녹으면 (계절이) 뭐가 되지요?'라고 그 학생은 해석한 것입니다. 문법 상,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주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이 큰 힌트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질문에 그런 식으로 답한 아이는 자신이 무슨 공부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는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일 수 있고, 그것이 창의적이라고 칭찬하는 선생님도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나 문장을 쓸 때에,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거시기가 거시기하다'라고 말해도 많은 사람들이 대충 알아듣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지요?'라는 질문에서 '''계절'일 것이라는 상황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질문을 다시 써 보자면, '얼음이 녹으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라고 말해야 최소한생각을 할 실마리라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음은 봄에만 녹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라고 해도 따뜻한 날씨에는 녹습니다.

 

 사람들은 의사 전달을 잘 하기 위해서 적당한 경우에 어울리는 말을 골라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왜곡된 창의력의 발휘는 개인이나 집단의 사상과 철학을 왜곡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왜곡된 창의력이 궤변으로 작용합니다. 문학은 정치나 사회과학 분야와는 다릅니다. 이성이 적용되어야 할 분야에 감성이 과도하게 적용되면 올바른 사고가 불가능해 집니다. 역의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어를 말할 때에 이제부터는 주어와 보어, 목적어들을 가능한 한 확실하게 문장 중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싫어.'라는 말도 '난 그거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뜻의 전달에 큰 도움을 줍니다.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되지요?"

 

이제 내가 지극히 창의적으로 대답해 보려 합니다.

 

"국민들이 행복하게 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