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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 국가대표선수 2

관리자   /   2021-09-01

관리자   /   2021-09-01

국가대표선수 2

 

 

하형주 <프로필 나이 과거 아내(부인) 딸 사위 근황>


1984LA 올림픽 게임에서 대한민국의 유도선수 하형주는 동양인으로서는 도전하여 우승하기가 쉽지 않은 95kg 이하인 하프 헤비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금메달도 금메달이지만, 체구가 유럽선수들과 비교하여 결코 크지 않은 대한민국 유도선수가 하프 헤비급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 더 감동적이었다. 이듬해인 1985년에 서울에서 열린 세계 유도선수권 대회에서는 일본의 스가이 히토시에게 한판패를 당하였지만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는 스가이 히토시와 다시 경기를 하여 절반승을 거둠으로써 그 전해의 패배에 대한 설욕을 하고 말았다. 

하형주 선수는 88 서울 올림픽을 마치고 곧바로 은퇴한 후에 정계에서도 잠깐 활약하다가 지금은 동아대학교 체육학과의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 한국의 하형주와 일본의 스가이는 대단한 화제거리가 되었는데, 어느 국내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의 기자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스가이가 근무하는 회사에 찾아가 그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나는 그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유도영웅이 체육관이나 선수촌, 혹은 체육대학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생소했다. 그리고 곧 작은 열등감이 느껴졌다. 스가이가 저렇게 일반회사에 근무하면서 일본의 유도영웅이 되어 세계 선수권을 획득한 사람이라면, 계획적, 조직적으로 양성된 대한민국의 유도선수들보다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과연 일본은 유도에 대하여 아주 특별한 그 무엇이 있는 나라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일본이 유도의 종주국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보다 두 배가 넘는 인구수를 보유하기도 했으므로 훌륭한 유도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스가이처럼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본의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느꼈다.

현대에는 올림픽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메달을 따는가가 한 나라의 경제력과 체제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였던 루마니아에서는 체조를,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사격을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땅덩어리가 큰 소련에서는 미국과의 체제 경쟁을 위해 각 종목에서 선수들을 집중 양성해 왔다. 그러나 같은 수의 메달을 따더라도 선진 자유진영국가와 공산국가 혹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선수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브라질이나 우루과이 같은 나라에는 수도 없는 동네 축구팀들이 있고 그 중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 저변이 넓은 사회체육환경에서 많은 체육인재들이 탄생하고 체육당국에서는 그런 선수들을 발굴만 해서 지원을 해 주면 되는 구조이다.

짧은 시간에, 최소의 경비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엘리트 체육선수의 양성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효자종목 중의 하나는 사격이었다. 지금도 여러 중고교에서는 사격부를 만들어서 전담 코치의 지도하에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사격은 팀으로 이루어지는 경기가 아니다. 철저하게 개인이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축구나 농구와는 다르게 혼자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 제도권이 인정하는 단체에 속하지 않으면 혼자 사격이라는 스포츠를 즐기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세월이 갈수록 사격이라는 스포츠에 접근이 어려워지고 환경 또한 열악해서 그나마 사격에 열정을 가지고 훈련하던 기존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속속 사격을 포기하고 있다. 기존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그냥 아마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녀를 포함하여 미래의 사격 꿈나무들을 탄생시키는 모체인 셈이다. 그렇다면 오늘 날, 사격을 대한민국 스포츠의 효자종목이라고 불러도 좋을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간이 사격에서 메달을 딴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효자종목이 된 것은 바로 진종오 선수 같은 사격의 천재가 나타나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종오가 사라지고 나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김연아가 은퇴하고 난 후에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물론 나타나겠지만 인재 풀(pool)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엘리트 선수 만들기 정책에서 벗어나서 엘리트 선수가 스스로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1960, 70년대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그까짓 메달의 개수가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사회체육육성을 기본정책으로 채택하면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얼마 동안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올림픽 경기에 내 보낼 인재들이 무수히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이 전체 국민들이 스포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즐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전체 국민을 위한 체육복지는 국민들의 정신과 건강을 고양해야 하는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이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거둔 대한민국의 성적을 교훈 삼아, 오히려 자유 선진국다운 체육정책을 펼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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