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본문 하위메뉴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로스윌 사랑방

산책로

PROMENADE

생각모음 : 국가대표선수 1

관리자   /   2021-08-31

관리자   /   2021-08-31

국가대표 선수 1 

 


2001, 펜실베니아 주의 머서스버그 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서 세부적인 사항들까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둘째 딸 아이의 미국 중학교의 입학 문제로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에 면접을 하러 갔고 캠퍼스 투어를 하게 되었다. 미국 사립학교 캠퍼스 투어 가이드는 고학년 중의 한 명이 맡아 하는 것이 보통인데, 머서스버그 학교에서는 학교 선생님 중의 한 분이 그 역할을 해 주었다. 학교의 지명도는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학교의 모든 시설과 복지는 내가 본 학교들 중에서 거의 최상급이었다. 캠퍼스 투어 중에 우리는 수영장을 보게 되었다. 수영장의 이름은 학교 출신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기념하여 지어졌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금 까지 서른 두 명의 이 학교 출신 선수들이 올림픽 게임에 참가하여 열한 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하니 가히 수영 명문학교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나는 선생님에게 어리석게 들릴지도 모르는 질문을 했다. “ 이 학교에서는 체육 특기자를 선발 하나요?”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학생들 중에서 수영을 잘 하는 친구들이 집중 훈련을 하고 있지요.”

나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 그러면 그 학생들이 집중 훈련을 하면 일반 수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텐데 무슨 혜택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나요?”

선생님은 놀랄만한 대답을 해 주었다. “ 그런 혜택이나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수업에 참석해서 정해진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이루어내야 하고 평가도 다른 학생들과 동일하게 받습니다. 그러나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규정 내에서 도와 주지요.”

대한체육회에서 길러내는 엘리트 체육인들만 생각하던 나는 잠시 당황했다.

나도 젊을 때부터 사격을 시작하여 아주 진지하게 아마추어 선수생활을 하면서 보낸 세월이 이십 년이 넘던 차였으므로 사격 국가대표선수들도 잘 알고 실업팀 선수들과도 교분이 두터웠었다. 그들 모두는 어린 학생시절부터 전문 사격선수가 되도록 키워졌고, 체육대나 혹은 사격부가 유명한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보통이며 남자선수들은 군대를 가더라도 현재의 국군체육부대인 당시의 상무부대에 들어가는 것이 아주 바람직한 과정이었다. 그 후에는 은행이나 KT와 같이 사격팀을 가진 기업팀에 들어가서 선수생활의 꽃을 피우는 것이 사격선수들에게는 엘리트 코스였다. 달리 해석하자면, 일반인이나 일반학생으로 생활하면서 국가대표급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이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은 나라와 비교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총기사용에 대한 규제가 극히 심해서, 사냥용이 아닌 파워가 극히 낮은 경기용 공기총조차도 사격선수가 개인이 소지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사격선수라고 해도 일몰 이전에는 무기고에 영치시키고 다음 날에 다시 찾아야 한다. 공기총을 비롯한 모든 사격은 선수가 총과 함께 살아야 한다. , 밤이나 낮이나 손에 혹은 어깨에 총을 들거나 메고 자세와 감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격선수들이 총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규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하니 하는 말이지만, 물론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경기용 공기총은 스포츠 용구로 취급하여 전국민들이 사격의 기초기술을 연마하며 실생활에서 공기총 사격을 즐기고 있다. 이런 사격 스포츠 환경에서는 일반인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국가대표급의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오죽 규제가 심하면 비비탄 총의 파워를 0.6 joule 이하로 맞춰 놓았을까? 거짓말이 아니라 빨대 대롱을 통하여 비비탄을 불어서 나가게 해도 0.6 joule 이상이 나온다. 사정이 이러하니 당연히 국제대회의 사격은 하늘의 축복을 받아 어쩌다가 탄생하는진종오 같은 천재 선수 하나에 의지하는 형국에 놓였다. 일반 교육과 마찬가지로 전 국민들이 자신의 행복과 삶의 질의 향상시키기 위하여체육복지 역시 보편적으로 적용 받아야 하며, 그런 체육복지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두곽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서로 즐거운 경쟁을 하여 체육축제에 참가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체육선수 양성은 대표선수 만들기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이번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얻은 성적은 근 이십 년 동안의 최악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하면, 국민체육이 아닌 엘리트 선수 양성이라는 정책으로 스포츠의 탄탄한 저변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올림픽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 체육대회에서 많은 수의 메달을 따는 것이 반드시 선진국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버릴 때도 되었다. 과거 공산주의 독재 국가에서는 선수를 집중 사육하기 때문에 획득하는 메달 개수가 당연히 많았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도 엄청난 수의 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두 경우 모두 많은 메달을 획득하지만 메달을 만들어 내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선수를 제조해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수를 발굴해 내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거나 파괴되는, 개인이나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이제 대한민국은 무엇이든 억지로 만들고, 규제하고, 계도하고, 처벌해야 유지되는 국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체육은 개인의 자발적 의지와 행복 추구권이 관련된 인간 기본권의 문제를 반영하는 분야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