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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관리자   /   2021-08-27

관리자   /   2021-08-27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다섯 살 난 아이가, 멀리서 손짓하는 엄마를 보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로 정원을 뛰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정원에 솟아나온 돌부리에 걸려 아이는 엎어지고,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는 기겁을 하며 아이에게로 뛰어와 아이를 일으켜 안는다. "아휴 아팠쩌?" "어떻게 해, 무릎에서 피가 나네" 아이는 그 소리에 더욱 놀라 이제는 숨이 넘어간다. 이것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겪어 보았음직한 상황일 것이다

역시 다섯 살 난 아이가 거실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이리 저리 소파와 탁자 사이를 뛰어 다닌다. 그러다가, 탁자 모서리에 여지없이 무릎을 부딪히고 거실 바닥에 나 동그라진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숨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달려온다. "우리 OO! 누가 그랬어? 우리 강아지한테 누가 그랬어?" 그러자 아이는 엄마에게 호소라도 하듯이 탁자 모서리를 가리킨다. 엄마는, "이 탁자에 부딪혔어?" 그리고 마치 탁자가 사람이라도 되는 양, "에잇! 나쁜 탁자! 떼찌, 떼찌!"하며 아이한테까지 떼찌질(?)을 시킨다.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돌부리에게 '떼찌',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면 탁자에게 '떼찌'를 한다. 학교에서 친구에게 못된 짓을 하다가 선생님께 혼나도 선생님에게 '떼찌', 어른이 되어서는 교통경찰에게 음주 단속 걸려도 경찰에게 '떼찌'를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아이가 탁자에 부딪혀서 무릎이 까진 사실에 대하여 탁자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탁자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은 아이에게 책임이 있지만,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아이가 부잡하게 뛰어 놀지 않도록 가르치지 못하고, 또 탁자를 그곳에 놓아둔 엄마인 것이다. 일이 꼬이거나 잘못되면, 나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없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눈을 부라리고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불행을 전가할 대상을 찾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세상일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문제의 모든 것이 내 탓 만 일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내가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은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 밤중에 어둡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우범지역의 골목길을 가다가 강도를 당한 것이 절대로 당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강도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만 하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므로, 적어도 그 늦은 시간에 한적한 우범지역의 골목을 지나간 것에 대하여서는 본인의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아끼는 돈이나 귀중품을 평소에 잘 아는 사람이 훔쳐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찌 그 귀중품을 훔쳐간 사람만 탓할 수 있겠는가? 물론 훔쳐간 사람이 가장 나쁘고 법적으로도 처벌 사유가 있지만, 그 귀중품을 잘 간수하지 못한 사람의 ''도 있는 것이다. 견물생심을 일으킨 물건 주인은 물건을 가져간 사람이 나쁜 길로 빠지게 한 일말의 ''이 있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아내와 남편은 서로 탓하기 바쁘며 심지어 학교나 교육제도를 탓하면서 공부 못하는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아이가 걸려 넘어진 돌부리나, 무릎이 부딪힌 탁자나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왜곡된 모성애는 아이로 하여금 엉뚱한 대상에 대하여 화풀이 하도록 가르치고, 정작 중요한 원인을 덮어두고 보지 못하도록 가르친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과 더불어 사는 사람, 심지어는 자기 자식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 잘못되거나 불행한 일의 큰 부분이 내 안에 있는 문제임을 깨달으면 그것은 고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으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에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위험성이 도사린 한 밤중의 뒷골목을 혼자서 가는 것을 누구나 말리고 싶을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 의지대로 그곳을 걸을 수도 있지만, 만일 일을 당한다면 한 소리는 들을 것이다. "그러게 그 늦은 시간에 그 위험한 곳을 왜 혼자 걸어?" 우리는 항상 법적 논리만으로 상황을 해석할 수는 없으며 사건이 발생하는 모든 경우를 법으로 해결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도덕과 윤리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나에게 원인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차후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신문, 방송, 잡지 등에서 매일 들려오는 수많은 말들은 너무도 똑 같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네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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