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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 : 엘리베이터 안에서

관리자   /   2021-08-25

관리자   /   2021-08-25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침을 챙겨서 급하게 먹고 집 현관을 나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지금 31층에 있고 몇 초 후면 내가 타려고 하는 28층에 올 것이다. 곧 엘리베이터가 당도했고 이어 열리는 문을 통과하여 몸을 실었다. 만일 곧 바로 직 하강한다면 스릴 만점의 자유 낙하 비슷한 몸의 짜릿함을 맛보며 지하 4B4주차장으로 직행한다. 그리고 빨리 일터로 향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엘리베이터는 21층에서 기다리던 사람을 태우기 위하여 섰고 21층에서 탄 사람은 B2 버튼을 눌렀다. B4까지 가는 직행은 없다. B2를 거쳐 가야 하므로 직행에서 완행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는 15층에서 또 다시 섰고, 새로 탄 사람은 2층을 누른다. 참 이상하다. 복장은 출근 복장인데 헬쓰 클럽 밖에 없는 2층은 무엇하러 누른담? 아무튼 이제 빨리 내려가는 희망은 버려야 한다. 천천히 가지 뭐. 이제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또 서고,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엄마가 탔다. 다소 급해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유치원 버스를 놓칠까봐 조바심 하는 듯이 보였다. 엄마가 누른 버튼은 1층이었다. 이제 손님들이 내릴 일만 남았다. B4, B2, 2, 1..이렇게 4 군데이다. 2층에서 제일 먼저 한 사람이 내리자 1층에서 내릴 아이 엄마가 한 마디 한다. 그것도 다른 사람 다 있는데서, "층마다 다서네, 아휴 늦어 죽겠는데" 하며 짜증을 낸다. '이상하군, 짜증을 낼 사람은 나 아닌가? 자기 때문에 나도 늦었는데?‘다음, 1층에 당도하자 아이를 데리고 작은 키의 바쁜 오리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을 향하여 뛰는지 구르는지 모르게 급히 움직인다. 다음 B2에서 한 사람이 내리자 나만 남게 되었다. B4에서 내려서 내 차로 가며 생각했다. 과연 누가 가장 오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을까? . -31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28층에서 타고 B4까지 가는 나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21층에서 타고 B2까지 가는 두 번째 사람 -역시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15층에서 타고 2층까지 간 사람 -5층에서 타고 1층에서 내린 아이 엄마 . 나는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우고 내려야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사람들은 나보다 더 오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아침의 엘리베이터는 나에게 재미있고도 중요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조건이 동일한데도, 상황에 따라서 자신이 불리하다고, 혹은 대단히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 차이가 나더라도 아주 근소한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이제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그 일을 생각하며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내 차례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만나는 이웃들에게 속으로 이렇게 말하련다


'우리 모두 비슷 비슷하게 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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