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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용어 <총기수입(銃器手入)>
관리자 / 2022-08-10
총기수입(銃器手入)
대한민국에서 군복무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총기를 수여(授與)했을 것이고 군에서 전역할 때 까지 자신의 총을 자신의 몸과 같이 다루어야 함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총기를 분실하거나 망가뜨리면 군법에 의하여 처벌된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부대 지휘관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총은 군인의 생명이다. 마치 자신의 애인을 다루듯이 소중하게 다루어라!”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군인은 그 어느 순간이라도 총을 들고 나아가 적과 맞서 싸워야 하므로 총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자신의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동료, 더 나아가 나라를 빼앗길 수도 있으므로 군인은 살상무기인 총기를 다루기 위하여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상 총기를 다루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하며 모든 부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하여 훈련이 끝나면 총기를 분해하고 닦고 기름을 발라 총기 거치대에 질서 정연하게 올려놓아야 한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이 과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총기수입(銃器手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총기를 수입한다는 말은 무엇일까? 나 역시 장교로 군복무를 하며 전역할 때까지도 이 ‘수입’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항상 가졌던 의문은 ‘왜, 총기손질’이라고 하지 않고 ‘총기수입’이라고 말을 할까?‘하는 것이었다.
그 의문은 내가 군에서 전역한지 35년이 더 지난 후에야 풀렸다.
검도(劍道), 거합도(居合), 발도도(拔刀道)로 이어지는 무도(武道)를 접하고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총기수입’이라는 한자어를 알게 된 것이다.
칼을 사용하는 무도에서는 수련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칼에 묻은 오물과 기름등을 닦고, 칼의 부품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수입(手入}’이라고 하며 일본어로는 ‘테이레ていれ (手入れ)’라고 읽는다. 즉 ‘손질, 조정’의 의미를 가지는 말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어떤 이는 ‘수입’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의 고유 단어라고 주장을 하였다. 이 사람의 주장은 ‘수입’이라는 단어는 한자어로 표기하면 ‘修入’이며 그 뜻은 ‘잘 정리하여 다시 넣어 두는 것’이라고 했고, 그 근거로 옛 공문서에 적혀진 이 단어를 제시한 것이다. 일면 맞는 말인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일본어인 ‘테이레ていれ (手入れ)’는 그냥 ‘손의 품을 투입한다’는 의미였고, 그 사람이 주장한 ‘수입(修入)’은 손 봐서 정리한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군대 용어인 총기수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과 연대적(年代的)으로 어느 단어가 맞는가를 생각해 볼 차례이다. 우선 나의 견해를 밝히자면, ‘수입’이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일본식 사용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총기수입의 ‘수입’이라는 말의 정의가 없었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즉, 어느 의미의 ‘수입’이 되었든지 그 단어 자체가 없는 반면, 일본에서는 이 단어를 아주 평범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총기수입’이라는 용어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시절의 군사용어의 잔재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지 나 개인으로서는 ‘총기수입’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그 오랜 세월 동안 궁금했으나 적극적으로 풀지 못했던 의문점이 해결된 셈이었다. 이제는 군(軍)에서도 ‘총기수입’이라는 용어를 ‘총기손질’이라는 용어로 바꾸었다는 말이 들린다. 참으로 잘 한 일이다.